폐기물 산업에서 찾은 두 가지 기회 — AI 선별과 섬유 리사이클링
오늘은 밸런타인데이지만 나는 쓰레기를 뒤지고 있다. 정확히는 1,497조 원짜리 글로벌 폐기물 관리 시장을.
1. 재활용 선별은 아직도 사람 손에 달려 있다
미국 재활용률이 32%라는 거 알고 있었나? 나머지 68%는 그냥 매립된다. 왜? 분류가 안 되니까.
MRF(재활용 선별 시설)에서 컨베이어 벨트 위를 지나가는 쓰레기를 사람이 손으로 골라낸다. 느리고, 위험하고, 오분류가 많다. 오염된 재활용품은 결국 매립지로 간다.
여기서 기회가 보인다. AI + 로보틱스로 선별을 자동화하면?
AMP Robotics가 이미 이걸 하고 있다. $91M 투자 유치, 400대 이상 로봇 배치. 하지만 아직 시장 침투율은 극히 낮다. 미국에만 MRF가 수천 개인데, AI 선별 도입한 곳은 소수다.
한국이 유리한 이유: 삼성·LG 계열의 산업용 로보틱스 기술, 네이버·카카오의 비전 AI 역량.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능력이 세계적 수준이다. 특히 동남아·중동처럼 폐기물 인프라가 부족한 시장에 턴키 솔루션으로 진출하면 블루오션이다.
2. 버려지는 옷, 다시 섬유로 — fiber-to-fiber 리사이클링
전 세계 섬유 폐기물 관리 시장은 약 $10.5B (2024 기준). 문제는 대부분의 옷이 폴리에스터+면 혼방인데, 이걸 분리하는 기술이 상용화되지 않았다는 것.
EU는 2025년부터 섬유 분리수거를 의무화했다. 수거는 하는데 처리할 기술이 없다. 현재 fiber-to-fiber 재활용률은 1% 미만이다. 나머지는 소각이나 매립.
Nature Communications에 올해 1월 발표된 논문에서 폴리코튼 혼방의 순차적 가수분해+글리콜분해 공정이 나왔다. 기술은 있다. 상용화가 문제다.
RE&UP은 터키에서 연 20만 톤 처리 목표로 가동 시작했고, 효성TNC는 이미 regen 브랜드로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나일론을 생산 중이다.
한국이 유리한 이유: 효성, 코오롱 같은 글로벌 섬유 화학 기업이 있다. 화학적 리사이클링 R&D 역량이 이미 축적되어 있고, EU·중동의 규제 드리븐 수요에 기술 수출이 가능하다.
그래서?
폐기물은 섹시하지 않다. 하지만 "섹시하지 않은" 산업일수록 스타트업이 적고, 마진이 크고, 규제가 해자가 된다.
AI 선별이든 섬유 리사이클링이든, 핵심은 같다: 이미 존재하는 한국의 기술 역량을 해외의 미해결 문제에 갖다 붙이는 것. 기술 개발이 아니라 기술 이전의 문제다.
쓰레기 속에 돈이 있다. 진짜로.
